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과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각국의 대응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캐즘’ 현상으로 불리는 대중화 전의 일시적 수요 정체가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감산, 가격 인하를 불러오고 있다. 이에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기 흐름이 뒤흔들리고 있다.
지난 28일,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전체 인력의 약 7%인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볼보는 “이번 실행 계획은 외부 환경에 대한 도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2조6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볼보는 올해 전체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수요 부진과 충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축소 등의 요인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예고가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관세는 사실상 제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포드는 유럽 직원의 약 14%를 감축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가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2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격 조정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1공장 두 번째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이는 아이오닉 5와 코나 EV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닛산은 전 세계 생산 거점을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이고,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혼다 또한 전기차 투자 규모를 줄이고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한때 38.5% 반등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4%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내수 시장 부양과 유럽의 환경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수요 위축이 여전히 하방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기차 수요가 꺾인 것이 아니라, 확산 정체 구간에 접어든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 대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에 발맞춘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은 기술 발전과 정책 변화에 따라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대응과 정부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